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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사라진 자리
츠키지역에서 내리면 낯선 풍경이 펼쳐집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산물이 오가던 자리가 통째로 비어 있습니다. 넓습니다. 도쿄 한복판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실감이 안 날 정도입니다. 거대한 공사 비계와 방음벽이 그 경계를 두르고 있고, 타워 크레인 몇 대가 흐린 하늘 위로 솟아 있습니다.
2018년, 츠키지 시장은 도요스로 이전했습니다. 1935년 개장 이후 83년간 도쿄의 새벽을 지탱하던 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그 이후 이 땅은 사실상 비어 있었습니다. 도쿄 도심 한가운데, 도쿄돔 4개 크기의 공터가.1
가림막 앞에서 읽는 400년
공사 가림막에는 긴 타임라인이 붙어 있습니다. 발길을 멈추게 만드는 내용입니다.
1657년, 메이레키(明暦) 대화재 이후 도쿠가와 막부는 에도 재건 계획의 일환으로 이 일대 해안을 매립했습니다. 築地 — 글자 그대로 “쌓아 만든 땅”입니다. 바다를 메워 만든 인공 대지에 무사 가문이 정착했고, 나미요케 이나리 신사가 세워졌습니다.2
메이지 시대에는 외국인 거류지가 들어섰습니다. 1869년 츠키지에 설치된 외국인 거류지는 도쿄에서 서양 문화가 가장 먼저 유입되는 창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1923년 관동대지진. 니혼바시 어시장이 무너지자 대체 시설로 1935년 이곳에 츠키지 시장이 열렸습니다. 도쿄 11개 중앙도매시장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곳. 수산물과 청과물을 다루며 90년 가까이 이 자리를 지켰습니다.3
400년 역사가 가림막 한 면에 펼쳐져 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냥 걸어갔지만, 읽다 보면 생각보다 긴 시간을 서 있게 됩니다.
2030년, 여기에 무엇이 들어서나
계획도를 보면 규모에 압도됩니다.
핵심은 5만명 수용 전천후 다기능 아레나입니다. 스포츠·콘서트·대규모 전시가 모두 가능한 실내 시설로, 주변으로 MICE·호텔·레지던스·라이프사이언스 복합시설이 들어서고 부지 절반은 수변 공원과 오픈스페이스로 조성됩니다.
미쓰이 부동산을 대표로 한 11개사 컨소시엄이 약 9,000억엔을 투입하는 프로젝트입니다. 1기 오픈 목표는 2030년 전반기.
지하에는 새 지하철역이 생깁니다. 도심부·임해지역 지하철 구상이 실현되면 츠키지는 도쿄역·긴자·도요스·하네다를 잇는 교통 결절점이 됩니다. 수상교통 거점도 함께 정비될 예정입니다.
가림막에 붙은 조감도는 화려합니다. 수면 위에 빛나는 고층건물과 초록 공원.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 “본 계획 개요는 2025년 8월 시점의 내용이며, 디자인을 포함해 금후 협의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도시 재개발 계획에서 늘 보는 그 문장입니다.
장외시장은 살아있다
공사 현장에서 한 블록만 걸으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もんぜき通り(몬제키 도오리). 시장이 도요스로 떠난 뒤에도 이곳은 남아 있습니다. 참치회 덮밥집, 해산물 가게, 오래된 식칼 전문점. 아직도 아침 일찍부터 문을 열고, 관광객과 동네 사람이 뒤섞여 걷습니다.
재개발이 완료되면 이 거리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새 개발과 어떻게 공존할지, 아니면 서서히 밀려날지. 도쿄의 재개발 지역에서 반복되는 질문입니다.
혼간지 옆 공사장
츠키지 본원사(築地本願寺)는 공사 현장 바로 옆에 서 있습니다.
인도 불교 건축 양식의 독특한 외관. 1617년 창건, 1934년 현 본당 완공.4 건물 양쪽으로 공사용 비계가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본원사 자체도 보수 공사 중이었습니다.
낡은 것과 새것이 동시에 공사 중인 풍경. 츠키지라는 동네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도쿄는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니혼바시에 살면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도쿄는 완성된 도시가 아니라 계속 만들어지는 도시라는 것.
에도 시대에 바다를 메워 땅을 만들고, 관동대지진 후에 다시 세우고, 올림픽을 앞두고 또 바꾸고. 2030년에 아레나가 완성되면, 또 누군가가 이 가림막 앞에 서서 타임라인을 읽을 것입니다. 그때의 현재가 또 역사가 되어 붙어 있겠지요.
살짝 흐린 날씨였는데도 장외시장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득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공사 가림막 너머로는 미래의 도시가 올라가고 있고, 그 옆 골목에서는 수십 년 된 가게들이 오늘도 문을 열고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이렇게 나란히 공존하는 풍경 — 도쿄의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요.
전철을 타지 않고 집까지 천천히 걸어왔습니다. 잠깐 빗방울이 떨어졌다가 이내 그쳤습니다. 좋은 산책이었습니다.
2026년 6월, 츠키지에서


